11만 7천 명의 얼굴들, 경기도는 어떻게 이웃으로 맞았나

보쌈 한 상에 담긴 정책의 온도… 경기도 라오스 계절근로자 식탁 체험/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보쌈 한 상에 담긴 정책의 온도… 경기도 라오스 계절근로자 식탁 체험/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6년 한 해 국내에 배정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총 11만 7,113명. 지난해(9만 5,596명)보다 2만 1,517명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법무부는 지난달 정성호 장관 주재로 '계절근로 정책협의회'를 열고 하반기에만 1만 6,915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숫자는 압도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늘어난 인력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지난 1일 경기도 먹거리 광장에서 열린 라오스 계절근로자 대상 '보쌈 식탁' 문화체험은 바로 그 질문에 지자체 단위에서 답을 시도한 사례로 읽힌다.

현장  보쌈 한 상에 담은 정서적 환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지난 1일 경기도 먹거리 광장 사계주방에서 라오스 국적 계절근로자 20명을 초청해 한식 요리 문화체험 프로그램 '한국의 맛과 정을 나누는 보쌈 식탁'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대표 음식인 보쌈정식을 직접 만들고 나누며 식재료 손질부터 조리, 식사까지 전 과정을 체험했다.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정서적 안정과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한국 식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도내 유관기관 및 위탁사업 간 협력을 강화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안정적인 체류환경 조성과 농촌 현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경기도 위탁으로 운영 중인 '경기도 농촌인력지원센터'를 통해 도내 농촌 현장을 직접 찾는 방문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온열질환 예방수칙 안내와 함께 넥쿨러·식염포도당 등 예방 물품을 배부하는 등 현장 중심의 안전망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정책과의 접점: '이웃'이라는 표현의 무게/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부 정책과의 접점: '이웃'이라는 표현의 무게/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부 정책과의 접점: '이웃'이라는 표현의 무게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6년 업무보고와 맞닿아 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 통합 지원' 과제를 통해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을 "잠시 머물다 가는 저렴한 노동력이 아니라 지역을 활기차고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이웃"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E-9을 포함한 외국인력 전체 취업 현황 DB화 ▲비전문→준숙련→숙련 인력으로의 성장 경로 마련 ▲출국·재입국 없는 장기근속·장기체류 허용 ▲체류자격과 무관한 근로조건·노동안전·취업알선 통합 지원 ▲전 체류자격 대상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신고-상담-점검체계 강화를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제36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를 통해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여기에는 장기근속 특례(E-9) 신설, 서비스업 외국인력 고용 가능업종 확대와 함께 근로조건·산업안전 보호 강화 방안이 담겼다.

계절근로자(E-8)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1차 농업고용인력 지원 기본계획(2026~2030)'에 따라 ▲모든 계절근로자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 ▲고용농가의 임금체불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 3대 의무보험 시행 ▲공공형 계절근로 운영 농협을 142개소로 확대 ▲(가칭) 농어업숙련비자 신설 추진을 2026년 시행계획에 포함시켰다. 인권·안전 점검 결과에 따라 위반 농가·지자체에는 계절근로자 배정을 제한하는 조치도 병행한다.

중앙의 설계와 지방의 실천 사이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은 대체로 '숫자 확대'와 '체류 여건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다만 법무부의 이민정책 기조에서는 학력·기량이 검증된 인력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미등록 체류를 강하게 단속하는 측면도 함께 강조되고 있어, 정책 전반이 전면적 '포용'으로만 수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 그러나 온 이상은 존중받도록'이라는 절충적 기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런 구도에서 경기도의 보쌈 식탁 행사는 정부가 정책 문서로 제시한 '소중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현장에서 구체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가 제도(체류 연장, 의무보험, 인권 실태조사)를 설계한다면, 지자체는 그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정서적 토양—신뢰와 소속감—을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11만 7천 명의 얼굴들, 경기도는 어떻게 이웃으로 맞았나/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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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할 수 있는 변화

라오스 현지에 전해질 긍정적 경험은 계절근로자 참여국과의 신뢰 관계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의무보험, 안전점검 강화 등 제도적 보호와 지자체의 정서적 지원이 맞물릴 경우, 2025년 84.3%였던 계절근로자 운영률과 0.5%의 낮은 이탈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한 점과 남은 숙제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시도는 중앙정부 정책이 놓치기 쉬운 '현장의 온도'를 채웠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다만 몇 가지 과제도 남는다.

첫째, 문화체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례 정비를 통한 상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둘째, 정부가 강조하는 '신고-상담-점검체계'와 지자체의 방문상담이 실질적으로 연계돼,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사업장 운영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셋째,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방향 체험을 넘어 라오스를 비롯한 참가국의 식문화를 지역 주민과 나누는 쌍방향 교류로 확장한다면, 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의미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제도에 온기를 더하는 방법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이제 한국 농어촌 인력 구조의 상수가 됐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개편과 통합 지원 과제를 통해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있다면, 경기도의 보쌈 식탁은 그 틀 안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온기를 채우는 시도다. 제도와 현장, 중앙과 지방이 각자의 역할로 맞물릴 때, '소중한 이웃'이라는 표현은 문서 속 수사를 넘어 실제 삶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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