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 정물에서 드러난 기울어진 탁자와 서로 다른 시점…사물을 ‘닮게 그리는 회화’에서 ‘보는 방식의 회화’로 옮겨간 세잔
[KtN 임민정기자]폴 세잔(Paul Cezanne)의 'Pommes et biscuits'(1880)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 탁자 위에는 여러 개의 사과가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접시가 걸쳐 있다. 사과 아래로 짙은 회색빛 탁자 면이 펼쳐지고, 아래쪽에는 천이나 가구의 일부가 잘린 채 나타난다. 정물화에서 익숙한 사물들이다.
그런데 오래 바라볼수록 공간은 안정되지 않는다.
사과는 탁자 위에 놓여 있지만 탁자는 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기울어 있지 않다. 오른쪽 접시는 위에서 내려다본 듯 타원형으로 보이고, 사과들은 거의 정면에서 바라본 듯 묵직하게 자리한다. 탁자의 앞쪽 선도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정돈되지 않는다. 위쪽과 아래쪽, 왼쪽과 오른쪽의 시점이 미세하게 어긋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