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RANG’ 빌보드 200·핫100 정상, 5회 후보·0회 수상 뒤 지역·언어 경계 없는 음악 강조

 

[KtN 신미희 · 박준식기자]방탄소년단(BTS)이 2027년 그래미 어워드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는다.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은 7월 29일 공동 입장을 내고 올해 그래미 심사에 작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역이나 언어에 따라 음악을 나누기보다 음악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규 5집 ‘ARIRANG’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 정상을 동시에 밟은 뒤 내린 결정이다.

출품 기간은 7월 7일부터 8월 21일까지다. 출품작 가운데 1차 투표를 거쳐 후보가 결정되고, 후보 명단은 11월 16일 발표된다. 제69회 그래미 어워드는 2027년 2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BTS의 발표는 후보 결과를 지켜본 뒤 나온 항의가 아니다. 수상 경쟁에 들어가기 전 그래미가 새로 만든 분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신설했다. K팝과 J팝, C팝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출발했거나 널리 인정받는 팝 음악 가운데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곡을 대상으로 삼는다. 2027년 그래미부터 적용되는 다섯 개 신설 부문 가운데 하나다.

BTS, 진짜 문화시대①] BTS, 2027 그래미 출품 거부…‘아시안 팝’ 분류에 맞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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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취지는 아시아 대중음악의 성장과 다양성을 별도로 조명하는 데 있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는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해도 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 등 제너럴 필드 심사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르 부문과 주요 부문에 함께 작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TS가 문제 삼은 대목은 주요 부문 출품 자격의 유무가 아니다. 팝 음악 가운데 아시아에서 출발하고 아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을 별도의 지역 범주로 묶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영어권 팝은 별도의 지역 설명 없이 팝으로 유통되는 반면, 아시아 음악에는 출발지와 언어가 분류 조건으로 붙는다. 세계 팝 시장의 중심에 들어온 아시아 음악을 포용하는 항목인 동시에 기존 팝과 분리하는 경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함께 놓였다.

BTS의 공동 입장은 논쟁의 중심을 수상 여부에서 분류 권한으로 옮겼다. 그래미 트로피를 받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래미가 설정한 ‘아시안 팝’이라는 칸 안에서 경쟁할 것인지가 앞에 놓였다. ‘ARIRANG’이 신설 부문의 유력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상황에서 출품 자체를 포기했다는 점도 이전의 그래미 논란과 다르다.

BTS, 진짜 문화시대①] BTS, 2027 그래미 출품 거부…‘아시안 팝’ 분류에 맞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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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그래미의 관계는 2021년 ‘Dynamite’에서 시작됐다. ‘Dynamite’는 제63회 시상식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이듬해 ‘Butter’가 같은 부문 후보가 됐고, 2023년에는 콜드플레이(Coldplay)와 함께한 ‘My Universe’가 다시 후보에 포함됐다. ‘Yet To Come’은 베스트 뮤직비디오 후보에 올랐으며, BTS는 콜드플레이 앨범 ‘Music of the Spheres’ 참여자로 올해의 앨범 후보 기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래미 공식 기록은 후보 5회, 수상 0회다.

다섯 차례 후보 가운데 BTS의 정규앨범이 올해의 앨범 후보로 선정된 기록은 없다. 세 차례는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한 차례는 뮤직비디오, 한 차례는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한 데 따른 기록이다.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거둔 성적과 달리 그래미는 BTS를 주로 그룹 퍼포먼스와 협업, 영상 영역에서 호명했다.

 

정규 5집 ‘ARIRANG’은 3월 20일 발매됐다. 일곱 멤버가 함께 내놓은 앨범으로는 3년 9개월 만이며 14곡이 수록됐다. 멤버들은 제작 전반에 참여해 군 복무를 포함한 활동 공백과 지난 시간을 음악으로 정리했다. 발매 다음 날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신곡 무대를 처음 공개했고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

국내 첫 주 판매량은 416만9464장으로 집계됐다. 미국 빌보드 200에서는 일곱 번째 1위 앨범이 됐고, 타이틀곡 ‘SWIM’은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그래미 출품을 포기한 시점에 BTS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새로 입증해야 할 필요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월드투어도 고양을 출발점으로 북미와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호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광장 공연과 고양종합운동장 콘서트뿐 아니라 숭례문·남산서울타워·동대문디자인플라자·청계천·국립현대미술관 등을 연결한 도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앨범 발매가 음반 판매와 공연을 넘어 관광·교통·숙박·전시·유통을 묶는 도시 단위의 문화 소비로 확장된 셈이다.

BTS, 진짜 문화시대①] BTS, 2027 그래미 출품 거부…‘아시안 팝’ 분류에 맞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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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수상 실패와 세계시장 성공을 단순히 맞세우는 것만으로는 BTS가 만든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미는 판매량이나 팬 투표로 결정되는 인기상이 아니다. 출품된 작품은 자격 심사와 장르 배정을 거친 뒤 레코딩 아카데미 투표 회원들의 1차·최종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가 결정된다. 음악 제작에 참여하는 동료들이 평가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차트와는 다른 권위를 갖는다.

동료 평가라는 원칙이 지역과 언어에 따른 분류를 문화적으로 중립적인 절차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어떤 작품을 팝에 놓고 어떤 작품 앞에 ‘아시안’이라는 표지를 붙이는지는 투표에 앞서 경쟁 범위와 해석 방식을 정한다. 그래미의 권력은 트로피를 건네는 마지막 순간뿐 아니라 출품작에 이름을 붙이고 칸을 나누는 단계에서도 작동한다.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곧바로 개별 투표자의 인종적 편견이나 백인우월주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시아 음악에 더 많은 후보와 수상 기회를 제공한다는 아카데미의 설명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영어권 팝을 별도의 지역 표시가 필요 없는 보편 범주로 두고, 아시아 음악을 출발지와 언어로 묶는 구조는 미국 시상식이 세계 음악을 분류해온 기준을 다시 살펴봐야 할 근거가 된다.

포용과 분리는 같은 제도 안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별도 부문은 본상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음악에 트로피를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세계적 성과를 거둔 아티스트를 지역 부문으로 이동시키며 주요 부문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완충지대가 될 수도 있다. 실제 평가는 첫 후보 명단에서 아시아 아티스트가 어느 부문에 배치되는지, 제너럴 필드와 아시안 팝 부문 후보가 얼마나 겹치는지를 확인한 뒤 가능하다.

BTS, 진짜 문화시대①] BTS, 2027 그래미 출품 거부…‘아시안 팝’ 분류에 맞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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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출품 거부는 그래미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선언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미는 여전히 미국 음악산업의 동료 평가와 역사적 기록, 언론 노출을 결합한 강한 상징자본이다. 트로피를 받지 못한 사실이 오랫동안 반복해 보도된 이유도 그래미의 권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쪽은 BTS가 그래미와 관계 맺는 위치다. 2021년에는 한국 대중음악 그룹 최초의 후보 지명이 성취로 기록됐다. 2026년에는 세계시장 정상에 오른 신보를 들고도 시상식의 새로운 분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시상식의 인정을 기다리던 단계에서 미국 시상식이 제시한 인정 방식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아미의 위치도 빠뜨릴 수 없다. ‘ARIRANG’의 판매량과 차트 성적, 대륙을 가로지르는 공연 수요는 일곱 멤버의 음악과 세계 각지 팬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함께 만든 결과다. BTS가 그래미 출품에서 빠져도 음악의 번역·유통·소비·기록은 중단되지 않는다. 시상기관의 선택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문화망이 BTS의 결정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다.

2027년 그래미 출품은 8월 21일 마감된다. 후보 명단은 11월 16일 공개된다. BTS가 빠진 첫 아시안 팝 부문은 포용의 통로라는 아카데미의 설명과 아시아 음악을 별도 칸에 가둔다는 비판 사이에서 실제 후보 구성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래미 공식 기록에는 아직 BTS의 후보 5회와 수상 0회가 남아 있다. 2026년 세계 음악시장이 기록한 숫자는 ‘ARIRANG’의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1위와 416만 장이 넘는 첫 주 판매량이다. 트로피와 세계시장 사이의 간극은 더 커졌고, BTS는 여섯 번째 후보를 기다리는 대신 그래미가 세계 팝을 나누는 방식에 선을 그었다. 2027년 후보 명단은 BTS의 자격보다 그래미가 달라진 세계 음악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줄 첫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