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 숲에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을 담은 힐리언스 선마을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편리함을 덜어내고 걷기와 자연을 생활 속으로…20년 가까이 이어온 건강 실험
100세 시대의 관심이 ‘얼마나 오래’에서 ‘얼마나 건강하게’로 이동하며 다시 주목받는 생활습관의 힘

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숙박동과 주요 시설이 산의 흐름과 숲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식사와 걷기, 휴식과 명상 등 머무는 동안의 생활이 자연환경과 연결돼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숙박동과 주요 시설이 산의 흐름과 숲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식사와 걷기, 휴식과 명상 등 머무는 동안의 생활이 자연환경과 연결돼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KtN 박준식기자]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에 들어선 힐리언스 선마을에서는 도시에서 당연했던 몇 가지 편리함부터 멈춘다. 자동차는 정해진 곳에 세우고, 숙소와 식당, 숲길과 명상공간 사이를 직접 걸어 이동한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일반 차량의 움직임은 줄어들고 필요한 시설 관리와 응급 상황 등에 카트가 사용된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는 공간에서는 계속 이어지던 업무와 SNS, 각종 알림에서도 일정한 거리가 생긴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면 경사를 만나고 선향동굴로 향할 때는 숲길도 지난다. 편안한 휴양을 위해 이동과 생활의 불편을 최대한 없애는 일반적인 리조트와 다른 방향이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이를 ‘의도된 불편함’이라고 부른다. 서비스가 부족해서 생긴 불편이 아니라 평소 기계와 시설이 대신해주던 행동을 다시 몸으로 하도록 생활환경을 바꾼 것이다. 자동차 대신 걷고, 화면을 내려놓은 시간에는 숲과 바람을 접하고, 객실 밖으로 나가야 식사와 다음 활동이 이어진다. ‘Humble, Simple, Natural’이라는 세 단어 역시 공간의 외형보다 이 생활방식을 설명한다. 소박하게 머물고, 일상의 자극을 단순하게 줄이며,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리는 구조다.

2007년 선마을의 출발점에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있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에 건강을 질병이 나타난 뒤의 치료만으로 다루지 않고, 병원을 찾기 전 반복되는 일상으로 확장했다.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는지, 마음의 긴장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느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지가 오랜 기간 쌓여 한 사람의 생활을 만든다는 접근이었다. 대웅제약과 매일유업, 풀무원, 사조동아원 등 건강·식품 분야 기업들도 설립에 참여했고 선마을은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을 웰에이징의 네 축으로 세웠다.

‘웰에이징(Well-aging)’이라는 말에는 장수만으로 건강을 설명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겼다. 100세까지 살아가는 숫자보다 오랜 시간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생활에 무게를 둔다. 2026년 건강수명과 슬로에이징이 식품과 운동, 수면과 정신건강을 가로지르는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보면 2007년 선마을이 세운 네 가지 생활습관은 당시보다 지금 더 익숙한 건강 언어가 됐다.

종자산 숲 사이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숲속동. 객실과 자연을 분리하기보다 숲과 햇빛을 가까이에 두고 외부 공간으로 나와 움직일 수 있도록 숙박공간과 주변 동선이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종자산 숲 사이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숲속동. 객실과 자연을 분리하기보다 숲과 햇빛을 가까이에 두고 외부 공간으로 나와 움직일 수 있도록 숙박공간과 주변 동선이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공간을 만드는 방식에도 이시형 박사가 생각한 건강한 삶이 들어갔다. 종자산의 비탈을 모두 평평하게 만들고 건물과 도로를 채우는 대신 기존 지형과 나무를 가능한 한 살리는 방향으로 건축이 진행됐다. 선마을에서 약 7년간 일하며 증축 과정에도 참여했던 홍지숙 고문은 산을 크게 깎지 않고 비탈을 남겼으며, 건축 과정에서도 기존 나무를 가능한 한 보호하는 방향을 유지했다고 기억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대신 산의 조건에 건물이 들어가고 사람이 그 환경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건축 당시 남겨둔 비탈은 지금 방문객의 생활 동선이 됐다. 현장을 안내한 센터장은 선마을에 들어선 일행에게 운동화를 권하며 “비탈길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선향동굴로 이동할 때는 숲길도 지나야 한다. 전체 부지는 넓지만 주요 건물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숙소와 식당, 프로그램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몇 분의 짧은 이동이라도 자동차가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을 먹으러 갈 때 한 번 걷고, 객실로 돌아오면서 다시 움직이며, 명상이나 스파·문화공간으로 향할 때 또 길을 지난다.

운동을 특정 시간에 시작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으로만 두지 않은 구조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피트니스 공간에 들어가야 비로소 신체활동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생활 자체에 걷기를 넣었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엘리베이터와 자동차, 배달과 각종 서비스가 줄여온 작은 움직임을 하루 안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방식이다. 선마을의 비탈길이 단순한 지형적 특성을 넘어 웰에이징의 일부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 숙박공간 주변으로 이어지는 길. 산의 경사를 생활 동선에 남겨 숙소와 식당, 숲과 프로그램 시설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걷게 하는 공간 구성이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힐리언스 선마을 숙박공간 주변으로 이어지는 보행 동선. 종자산의 경사를 생활공간 안에 남겨 숙소와 식당, 숲길과 프로그램 시설을 오가는 과정에서 걷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객실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선마을의 숙박공간은 객실 안에서 하루 종일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만드는 방향보다 밖으로 나와 자연을 접하는 생활에 가깝다. 홍지숙 고문은 이시형 박사가 방문객이 조용한 환경에서 자연과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기억했다. 혼자 머무는 시간과 침묵, 자연 속에서 쉬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객실을 크게 만들고 편의시설을 계속 더하는 방식보다 휴식에 필요한 요소를 남기고 생활을 단순하게 만드는 방향이 ‘Humble, Simple, Natural’의 공간 구성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디톡스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 초기 철학을 새롭게 읽게 하는 요소다. 선마을이 문을 열었던 2007년은 스마트폰 하나가 업무와 인간관계, 뉴스와 영상, 금융과 쇼핑을 모두 연결하기 전이었다. 지금은 몇 분의 빈 시간이 생겨도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행동이 자연스럽다. 업무시간이 끝나도 메신저가 이어지고, 식사를 하면서 영상을 보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화면을 마주하는 생활도 낯설지 않다. 선마을은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의지만 요구하지 않고 일정한 공간에서 디지털 연결 자체와 거리를 두도록 환경을 구성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에서 잠시 벗어나면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달라진다. 숲길을 걷고 책을 읽거나 명상하며 쉬는 시간이 이어지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를 천천히 느끼게 된다. 도시에서는 몇 분의 빈 시간도 메시지와 영상, 각종 알림으로 채우기 쉽지만 선마을에서는 조용히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끊임없이 반응하던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 환경과 자신의 상태에 다시 집중하는 시간이 선마을의 디지털 디톡스를 구성한다.

홍지숙 고문 역시 선마을의 숲을 처음부터 편안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이시형 박사의 프로그램에서 나무를 안아보고 결을 느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낯설었다고 했다. 선마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혼자 숲길을 반복해서 걷자 자연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쓰러진 나무와 계속 자라는 나무, 같은 숲 위로 내리는 햇빛과 비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삶을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회고했다. 한때 행복에 관한 이론을 강의했던 경험과 달리 선마을의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행복과 휴식을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가을빛으로 물든 힐리언스 선마을. 계절마다 달라지는 종자산의 숲과 햇빛은 숙박의 배경에 머물지 않고 걷기와 휴식, 명상 등 머무는 동안의 생활과 연결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가을빛으로 물든 힐리언스 선마을. 계절마다 달라지는 종자산의 숲과 햇빛은 숙박의 배경에 머물지 않고 걷기와 휴식, 명상 등 머무는 동안의 생활과 연결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도 각각 떨어진 프로그램보다 하나의 하루 안에서 작동한다. 먹는 일이 끝나면 다시 걷고, 숲길과 운동 프로그램에서 몸을 움직인 뒤에는 명상과 휴식으로 속도를 낮춘다. 밤에는 낮보다 자극이 줄어든 환경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건강한 음식 한 끼를 먹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번 하는 방식보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 때까지 이어지는 행동을 며칠 동안 다르게 반복해보는 데 무게를 둔다.

선마을이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이야기해온 배경도 이 생활습관 중심의 철학에 놓여 있다. 인간의 몸이 지닌 회복 능력을 생활 속에서 돕기 위해 식사와 움직임, 마음과 수면환경을 함께 바꾸고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향이다. 병원을 찾은 이후의 시간뿐 아니라 건강하게 지내는 수많은 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까지 건강관리의 영역으로 넓힌 접근이다. 2007년 선마을이 내세웠던 웰에이징이 2026년 건강수명과 예방적 건강관리, 생활습관 개선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다시 읽히는 이유도 이 생활의 축적에 있다.

계절 역시 선마을에서 하나의 생활환경으로 들어온다. 봄에는 새싹과 꽃이 길의 인상을 바꾸고 여름에는 숲이 깊어진다. 가을에는 숙박동 주변 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길과 숲의 소리를 낮춘다. 객실 창과 테라스, 식당으로 향하는 길과 숲속 공간이 같은 자리에 있어도 시간과 날씨에 따라 계속 다른 경험을 만든다. 자연을 잘 보이게 만든 전망에 그치지 않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먹고 걷고 쉬는 시간을 체류의 일부로 가져오는 구조다.

눈이 쌓인 힐리언스 선마을의 겨울. 봄의 새싹과 여름의 짙은 숲,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은 걷기와 휴식, 생활리듬을 구성하는 선마을의 자연환경으로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눈이 쌓인 힐리언스 선마을의 겨울. 봄의 새싹과 여름의 짙은 숲,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은 걷기와 휴식, 생활리듬을 구성하는 선마을의 자연환경으로 이어진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2007년 이후 선마을에는 스파와 운동·명상 프로그램, 문화공간과 목공 체험, 가족과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까지 새로운 기능이 더해졌다. 이용자의 연령과 체류 목적도 넓어졌다. 시설과 프로그램이 확장되는 동안에도 초기부터 세운 네 가지 생활습관과 ‘의도된 불편함’은 공간을 설명하는 중심에 남아 있다. 무엇을 새로 더해야 건강해지는지에 앞서 일상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던 편의를 잠시 내려놓고 평소보다 많이 걷고, 천천히 먹고, 조용히 쉬며, 자연의 시간에 가까이 머무는 생활을 경험하도록 한다.

100세 시대의 건강은 생존 기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오래 사는 시간만큼 스스로 움직이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중요해지면서 운동과 영양, 수면과 마음건강을 하나의 생활로 바라보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종자산에서 시작된 선마을의 실험은 첨단 건강기술과는 다른 자리에서 이 변화를 먼저 다뤘다. 건강을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며칠간의 강한 관리보다 매일 되풀이되는 행동과 환경의 문제로 가져왔다.

자동차를 세우면 걷기 시작하고, 휴대전화에서 멀어지면 숲과 자신의 시간이 들어온다. 식사와 운동을 따로 떼지 않고, 마음의 휴식과 잠드는 시간까지 하루의 흐름으로 묶는다. 이시형 박사가 2007년 종자산에서 시작한 웰에이징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건강한 삶을 만드는 가장 작은 단위를 ‘하루의 습관’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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