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숙소·식당·명상공간까지 두 발로 이어지는 생활 동선
산의 경사와 숲을 그대로 품은 공간…몇 분의 짧은 이동도 하루의 신체활동으로
운동하러 가는 시간보다 생활 속 움직임에 주목한 웰에이징의 또 다른 방식
[KtN 박준식기자]강원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에 도착하면 자동차로 이어지던 이동은 주차장에서 한 차례 끊긴다. 숙소와 식당, 숲길과 명상공간이 자리한 안쪽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걷는 시간이 많아진다. 경내 차량 운행은 제한돼 있고 카트는 응급 상황이나 시설관리, 하우스키핑 등 필요한 이동에 사용된다. 선향동굴로 향하려면 포장된 길을 지나 숲으로 이어지는 구간도 걸어야 한다. 현장에서 선마을을 안내한 센터장이 방문객에게 가장 먼저 운동화를 권한 것도 산의 경사와 숲길 때문이었다.
전체 부지는 넓지만 주요 건물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긴 것은 아니다. 김경윤 센터장 설명대로 핵심 시설은 대체로 몇 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범위에 모여 있다. 거리가 짧다는 점이 오히려 선마을의 생활방식을 잘 보여준다. 한 번에 긴 거리를 걷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침 식사를 위해 나서고, 객실로 돌아오고, 프로그램과 휴식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안 짧은 보행이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된다. 특별히 운동을 시작하지 않아도 목적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계속 몸을 사용하게 된다.
도시의 생활환경은 오랜 시간 반대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자동차와 각종 생활 서비스는 이동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몸의 부담을 덜었다. 몇 층을 오르거나 수백m를 이동하는 일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 편리함이 커진 만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던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선마을에서는 운동시간을 별도로 마련하기 전에 생활 속에서 사라진 작은 움직임을 다시 하루에 넣는다. 식사를 하러 가는 길과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곧 걷는 시간이 되고, 명상공간과 문화시설을 찾아가는 이동도 신체활동의 일부가 된다.
이런 동선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종자산의 지형을 대하는 방식이 있다. 선마을에서 약 7년 동안 일하며 증축 과정에도 참여했던 홍지숙 고문은 공간을 조성할 때 산의 비탈을 크게 평탄화하기보다 기존 지형과 나무를 가능한 한 살리는 방향을 유지했다고 기억했다. 평평한 대지를 먼저 만들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방식보다 산의 높낮이를 남긴 채 건물이 들어섰고, 당시 지켜낸 경사는 지금 방문객이 걷는 길이 됐다.
자연은 이곳에서 건물 밖에 펼쳐진 전망으로만 남지 않는다. 객실에서 식당으로 가려면 자연 속으로 나와야 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햇빛과 바람, 나무와 지면의 높낮이를 만나게 된다. 숙박시설과 자연이 서로 분리된 구조라면 방문객은 객실 안에서 상당 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선마을에서는 장소를 옮기는 과정 자체가 바깥으로 나오는 행동을 만든다. 산의 지형이 운동기구처럼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다음 생활이 이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의도된 불편함’도 이 지점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몇십 초 만에 지나갈 수 있는 거리를 직접 걷고, 경사가 있는 길에서는 평지보다 호흡과 보폭이 달라진다. 선마을의 운동습관은 GX나 요가, 트레킹 프로그램에만 들어 있지 않다. 운동복을 입고 프로그램실에 들어가는 시간과 평상복을 입고 식당으로 걸어가는 시간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다. 생활에서 몸을 사용하는 빈도를 늘리는 것이 공간의 구조 안에 들어가 있다.
걷는 장소가 숲이라는 점도 선마을의 움직임을 실내 운동과 다르게 만든다. 러닝머신에서는 속도와 거리, 시간이 비교적 일정하지만 숲길에서는 지면과 경사, 계절과 날씨가 계속 달라진다. 같은 길을 걸어도 봄의 흙길과 가을의 낙엽길, 겨울의 공기는 몸이 받아들이는 감각부터 다르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변하고 바람과 새소리가 움직임에 함께 들어온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주변을 살피면서 걷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선마을이 운영하는 트레킹 코스도 이런 생활 동선을 확장한다. 비교적 부담이 적은 길부터 경사가 더해진 코스, 반려견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길까지 머무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객실과 식당을 오가는 생활 보행에서 시작해 조금 더 긴 숲길 걷기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숙박과 운동, 자연 체험을 서로 분리하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연결한다.
식사 역시 이동과 떨어져 있지 않다. 비채에서 식사를 마친 뒤 선마을은 가볍게 걸어보도록 안내한다. 식당에서 객실로 곧바로 차량 이동하는 대신 다시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이고, 필요하면 숲길까지 이어간다. 먹는 시간과 움직이는 시간을 하나의 생활리듬 안에 놓는 구조다. 1편에서 살펴본 식습관과 운동습관이 프로그램 이름으로는 나뉘어 있지만 실제 선마을의 하루에서는 계속 서로 겹쳐진다.
홍지숙 고문에게 선마을의 숲길은 오랜 시간이 흐르며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 서울에서 성장해 자연 속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던 홍 고문은 선마을에서 근무하며 혼자 숲을 걷는 시간이 많아졌고, 반복해서 나무와 햇빛을 접하면서 자연을 받아들이는 감각도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한 번의 숲 체험보다 같은 자연을 여러 계절에 걸쳐 반복해서 경험한 시간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 대목은 선마을의 걷기를 단순한 운동량으로만 계산하기 어렵게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몇 걸음을 걸었는지와 함께 어느 공간을 통과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숙박동과 식당 사이에 복도가 놓이는 대신 숲과 비탈이 놓이고, 프로그램실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을 만나게 된다. 걷는 행위와 주변 환경을 분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건강한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운동시설을 많이 갖추는 일과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다. 러닝머신과 운동기구를 충분히 배치하더라도 일상의 대부분을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의자에서 보낸다면 생활 속 움직임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선마을이 택한 방식은 운동시설의 규모보다 평범한 이동을 몸의 활동으로 돌려놓는 데 가깝다. 한 번의 강도 높은 운동보다 식사와 휴식, 숙박과 문화생활 사이에 걷기가 반복되는 하루를 만든다.
종자산의 비탈은 그래서 선마을의 배경이면서 동시에 생활을 구성하는 요소다. 길을 평평하게 만들지 않은 공간에서 사람은 속도를 조금 늦추고 보폭을 조정한다. 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길이 굽고,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과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일이 같은 시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약 20년 전 선마을이 남겨둔 산의 경사와 숲길은 2026년에도 방문객의 하루를 움직이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 프로그램 하나를 더 추가하기보다 일상적으로 걷게 되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다. 자동차를 세우고 두 발로 다음 공간을 향하고, 식사를 위해 다시 움직이며, 숲을 지나 휴식과 명상의 장소에 도착한다.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운동은 일정표에 적힌 프로그램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하루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