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DJ 선곡에 즉각 반응하는 U-19 오픈스타일, 오후엔 50초 1대1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같은 무대에서 달라진 경쟁 방식
[KtN 임우경기자] 4일 낮 천안종합운동장 실내테니스장에 19세 이하 스트릿댄서들이 들어섰다. 제주와 천안, 부산, 대구, 경산을 비롯해 해외에서 온 참가자까지 한 무대에 섰다. 몇 시간 뒤 같은 자리에는 16개국 비보이·비걸이 올라 1대1 브레이킹 승부를 시작했다.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국제스트릿댄스챔피언십(CIDC)이 마련한 이날 일정은 청소년 오픈스타일과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을 차례로 이어갔다.
낮 12시 시작한 ‘U-19 1ON1 프리스타일 오픈세션’은 19세 이하 참가자만 출전하는 경연이다. 락킹 댄서 MC 두락(정상현)은 개회 인사에서 “그동안 진행한 경연 가운데 참가자 수가 제일 많다”며 “미래에 스트릿댄스의 바통을 받아줄 분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출발지도 다양했다. 국내에서는 제주와 천안, 부산, 대구 등에서 청소년들이 천안을 찾았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도 함께했다. 연령은 19세 이하로 묶였지만 익혀온 춤의 장르와 표현 방식은 서로 달랐다.
하우스와 크럼프, 힙합, 락킹, 팝핀 등 각자 익힌 춤을 들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에게는 같은 조건이 주어졌다. DJ가 현장에서 고른 음악이다. 자신의 장르에 익숙한 곡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고, 미리 준비한 안무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도 아니었다.
MC 두락은 “정해진 군무나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리듬을 얼마나 빠르게 읽는지, 멈춤과 속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음악에서도 자신의 움직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가는지가 짧은 출전 시간 안에 드러났다.
예선은 A조부터 I조까지 나눠 진행됐다. 최근 배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클 방식 대신 한 조씩 무대에 올라 심사를 받았다. 예선 통과자는 14명이다. 사전 예선을 거친 배틀 게스트 2명이 합류해 모두 16명이 토너먼트에 올랐다. 14위에서 동점자가 나오면 해당 참가자만 다시 무대에 올라 진출자를 가리는 규정도 적용됐다.
경북 경산에서 온 박관민(사동고등학교) 선수와 박예담(경산제일고등학교) 선수도 U-19 경연에 출전했다. 두 선수에게 오픈스타일의 가장 큰 변수는 음악이었다.
팝핀을 주로 익힌 예담은 “팝핀 전공인데 다른 장르 음악이 나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관민 선수는 빠른 곡을 예상했지만 자신의 차례에 느린 음악이 나오면서 긴장한 상태에서 출발 타이밍을 놓쳤다고 돌아봤다.
같은 음악이 주어져도 움직임은 참가자마다 달랐다. 리듬을 잘게 쪼개 사용하는 댄서가 있는가 하면 스텝의 폭과 상체의 흐름을 크게 가져가는 참가자도 있었다. 익숙한 기술을 많이 꺼내는 것보다 음악을 듣고 자신의 장르적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직접 비교됐다.
오후에는 같은 공간의 경쟁 방식이 달라졌다. ‘CIDC 1ON1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에서는 브레이킹 한 종목으로 승부를 가렸다. 사전 안내 기준 16개국 비보이·비걸 100명이 참가한 국제 경연으로, 예선을 거쳐 16명이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본선 진출자 발표에서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중국, 일본, 브라질, 호주, 이스라엘, 미국,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 선수의 이름이 잇따라 불렸다. 한국에서는 비보이 스톤이 16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선수들이 연이어 호명된 뒤 MC가 명단을 다시 확인하며 “한국 분 한 분 있어요. 대한민국 비보이 스톤”이라고 알리자 객석에서도 반응이 이어졌다.
박관민 선수와 박예담 선수도 오후 브레이킹 예선에 다시 올랐다. 오전 오픈스타일에 이어 두 번째 경쟁에 나섰지만, 16강 진출자 호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루에 성격이 다른 두 경연을 연달아 경험한 두 선수는 이후 경기 영상을 함께 보며 자신들의 움직임을 다시 짚었다.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한 차례 움직임에 50초가 주어졌다. 예선에서는 참가자가 한 번씩 심사를 받았고, 16강과 8강에서는 두 선수가 한 번씩 주고받았다. 4강과 결승에서는 각자 두 차례씩 나서면서 승부의 밀도가 높아졌다.
심사위원석에는 미국, 포르투갈, 호주, 캐나다, 프랑스, 홍콩, 대만 출신 브레이킹 전문가들이 앉았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이 축적해온 기술과 음악성, 움직임의 구성, 상대에 대한 대응을 풀어냈다.
박관민 선수는 브레이킹의 차이를 ‘무브’로 설명했다.
“선수마다 자기만의 무브가 있어요. 처음에는 두 개밖에 없던 무브가 실력이 늘면서 더 많아지고, 거기서 계속 퍼져나가는 거죠.”
상위 선수와 자신들의 차이에 대해서는 “저희는 아직 생각해야 동작이 나오는데 잘하는 분들은 몸에 완전히 배어 있어서 하고 싶으면 바로 무브가 나온다”고 말했다.
1대1이라는 경기 방식은 상대 선수와의 관계까지 춤 안으로 끌어들인다. 박관민 선수는 “같은 걸 반복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서로 마주 보고 겨루기 때문에 눈빛이나 상대 기세를 누르려는 태도도 배틀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총상금은 350만원이다. 우승 150만원, 준우승 100만원, 4강 진출자에게 각각 50만원이 걸렸다. 우승자에게는 상장과 상패, 이름을 새긴 캐리어와 협찬 물품이 제공되고 대만과 프랑스에서 열리는 브레이킹 세계대회 본선 출전권도 주어진다.
낮 U-19 참가자들이 맞닥뜨린 승부는 처음 듣는 음악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장르와 다른 곡이 흘러나와도 리듬을 놓치지 않고 움직임을 이어가야 했다. 오후 브레이킹 월드 파이널에서는 오랜 훈련으로 쌓은 무브를 50초 안에 풀어내면서 상대의 움직임까지 받아쳐야 했다. 같은 무대에서 치러졌지만 요구되는 능력과 승부의 결은 달랐다.
박관민 선수와 박예담 선수에게 이 날의 일정은 서로 다른 두 경쟁 방식을 한꺼번에 경험한 하루였다. 오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음악 앞에서 리듬과 출발 타이밍을 조정해야 했고, 오후에는 여러 나라 비보이·비걸과 같은 브레이킹 예선에 섰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촬영한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멈춘 구간과 놓친 동작을 확인했다.
박관민 선수의 다음 출전 일정도 이미 잡혀 있다. 2주 뒤 대구에서 열리는 배틀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천안 실내테니스장에서 이어진 두 경연은 19세 이하 참가자의 즉흥 대응과 국제 브레이킹 선수들의 1대1 승부를 한 자리에서 펼쳤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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