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료관광·바이오헬스·디지털의료까지…제품 수출에서 생활관리 서비스와 건강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
[KtN 김 규운기자]2026년 1분기 바이오헬스산업 수출은 7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4.4% 늘어난 규모다. 의약품은 27억1000만 달러, 의료기기는 14억6000만 달러, 화장품은 31억3000만 달러였다. 화장품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고, 의약품은 유럽 중심의 바이오의약품 수요 확대, 의료기기는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전기식 의료기기 수출 증가가 흐름을 이끌었다. K-건강의 해외 확장은 더 이상 화장품 한 분야의 성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피부, 의료, 디지털헬스, 바이오의약품, 건강관리 서비스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 구조로 넓어지고 있다.
K-뷰티는 여전히 해외 확장의 가장 강한 출발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1분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한 3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억2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 4억7000만 달러, 일본 2억9000만 달러 순이었다.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고, 중국 수출은 9.6% 줄었다. K-뷰티 수출 지형이 중국 중심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극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제품 유형별로는 기초화장품이 24억3000만 달러로 가장 컸고, 색조화장품은 3억3000만 달러, 인체세정용 제품은 1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초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인체세정용 제품은 28.1% 증가했다. 피부 관리가 색조 중심 소비를 넘어 장벽 회복, 세정, 자외선 차단, 트러블 관리, 노화 관리와 연결되는 흐름이 수출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5년 연간 화장품 실적도 K-뷰티의 위치 변화를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월 공개한 2025년 화장품 생산·수출·수입 통계 자료는 2025년 화장품 수출 114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 101억 달러,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 달성을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다. 화장품이 K-건강의 해외 확장에서 여전히 앞단에 서 있지만, 2026년의 변화는 화장품 자체보다 화장품을 둘러싼 건강관리 문법에 있다. 피부는 미용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생활습관, 수면, 식단, 스트레스, 장 건강과 연결된 건강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다.
의료관광은 K-건강의 또 다른 축이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201만 명, 연환자 기준 272만 명을 기록해 2009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연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외국인 환자는 2023년 61만 명, 2024년 117만 명, 2025년 201만 명으로 늘었고, 누적 외국인 환자는 706만 명에 이르렀다. 의료관광은 피부과와 성형외과 수요만으로 좁혀 보기 어렵다. 진단, 검진, 치료, 회복, 체류, 쇼핑, 관광이 결합되는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환자 증가는 한국 의료의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 도시 인프라, K-뷰티 인지도, 항공·관광 회복이 함께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가 국내 의료 접근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제도 따라붙는다. 의료관광이 특정 진료과와 수도권에 집중되면 국내 환자의 대기, 의료인력 배분, 지역 의료 격차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K-의료의 해외 확장은 유치 실적만이 아니라 국내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
디지털헬스는 K-건강을 제품 수출에서 운영 모델 수출로 옮기는 분야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6년 3월 ‘메디컬코리아 2026’을 열고 AI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와 의료관광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행사는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고, 2010년 시작 이후 16회째를 맞았다. 의료관광과 글로벌 헬스케어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국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로 운영됐다.
디지털헬스의 해외 진출은 별도 지원 사업으로도 구체화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 조성과 성공 모델 발굴·확산을 위해 2026년도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지원사업’ 참여기관 모집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병원정보시스템, 원격협진, 사전상담·사후관리, 디지털 기반 환자관리처럼 의료서비스 운영 체계를 해외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 K-건강의 수출 대상이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작동 방식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AI 디지털의료기기도 시장 진입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월 31일 AI 디지털의료기기의 신속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임상실증, 신의료기술평가, 보험등재 등을 전방위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원은 AX-Sprint 프로젝트의 하나로 디지털의료기기 분야에 총 80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의료 AI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술 성능만이 아니라 임상 근거, 보험 적용, 의료기관 도입,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해외 확장은 연구개발 투자와도 맞물린다. 2026년 5개 부처 보건의료 R&D 예산은 2조4251억 원으로 전년보다 14.3% 늘었다. 보건복지부 주요 R&D 예산은 1조6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고, AI 기반 디지털·의료 혁신 분야 예산은 1552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5대 강국 실현을 위해 국민건강 기술혁신, 바이오헬스 미래성장동력 확보, AI 기반 디지털·의료혁신, 바이오헬스 혁신 기반 조성을 4대 중점 분야로 제시했다.
글로벌 협력 무대도 넓어졌다. 4월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6’에는 국내외 제약기업과 재생의료, 해외 국가관이 참여했고, 전시관에는 299개 사, 해외 130개 사가 364개 부스를 마련했다. 학술행사는 11개국 101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글로벌 투자 트렌드, 개방형 혁신, AI·디지털헬스, 글로벌 진출 전략, 첨단기술, 대체독성시험 등을 다뤘다. 애브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MSD, 노보노디스크,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가 참여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건강기능식품은 K-건강 확장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영역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제시한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은 2026년 세계 시장 매출을 2182억22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성장률을 6.0%로 제시한다. 글로벌 수요는 분명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국가별 기능성 표시, 원료 인정, 광고 심의, 통관, 안전성 기준이 다르게 작동한다. 해외 시장에서 K-건강기능식품이 성장하려면 ‘한국산’ 이미지보다 기능성 근거와 표시 규제 대응이 먼저 따라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6년 업무 방향도 수출 규제 대응을 강조한다. 식약처는 AI·디지털 기반 신기술 의료제품의 허가심사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디지털 의료 건강지원기기의 성능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품 할랄 인증,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화장품 안전성 평가에 대한 규제 지원을 통해 K-푸드, K-바이오, K-뷰티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수출 규제 정보 확대와 해외 규제기관 협력으로 규제 장벽을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K-건강의 해외 확장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처럼 눈에 보이는 제품 수출이다. 둘째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처럼 사람이 한국에 와서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셋째는 디지털헬스와 의료시스템, 병원 운영, AI 진단, 사후관리처럼 한국의 운영 체계를 해외 현장에 붙이는 방식이다. 2026년 현재 가장 큰 변화는 세 갈래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결합한다는 점이다.
피부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화장품과 미용의료, 숙박과 쇼핑, 사후관리 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검진을 받은 외국인 환자는 디지털 결과지와 원격 상담, 식단·운동 관리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 의료기기 기업은 병원정보시스템, AI 판독, 보험등재 경험을 함께 팔아야 하고, 건강기능식품 기업은 원료와 기능성 근거, 현지 표시 기준을 함께 갖춰야 한다. K-건강은 상품 하나가 아니라 생활관리 경험 전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티아고의 Healthy Santiago 모델은 K-건강이 해외로 나갈 때 참고할 수 있는 비교 흐름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학교, 1차 진료, 노인 돌봄, 커뮤니티센터처럼 주민이 이미 오가는 공간에 훈련받은 인력을 배치해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했다. 2026년 초 기준 24명의 과업공유 제공자가 훈련됐고, 2700명 이상 개인과 가족을 지원했으며, 목표 집단의 정신건강 접근 격차를 최대 45%까지 줄였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한국의 해외 확장도 병원과 제품 수출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작동하는 건강관리 모델로 넓어질 수 있다.
한국이 산티아고 모델을 그대로 수출할 수는 없다. 각국의 의료법, 보험제도, 개인정보 기준, 정신건강 인력 체계, 지역 행정 구조가 다르다. 다만 학교와 일터, 1차 진료, 노인 돌봄, 디지털 플랫폼을 연결해 건강 신호를 먼저 발견하고 관리하는 방향은 세계 여러 도시가 공유하는 흐름이다. 한국의 강점은 빠른 디지털 전환, 의료 접근성, 소비자 데이터, K-뷰티와 건강관리 루틴의 결합에 있다. 약점은 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한 신뢰, 개인정보 보호, 지역 의료 격차, 제품 효능 과장 논란에서 드러날 수 있다.
K-건강의 해외 확장이 커질수록 규제와 신뢰의 무게도 커진다. 화장품은 안전성 평가와 원료 규제, 의료기기는 임상 근거와 인증, 디지털헬스는 개인정보와 알고리즘 검증,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표시와 광고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의료분쟁, 사후관리, 통역, 유치 수수료, 불법 브로커 관리까지 포함한다.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산업 질서를 지키는 장치가 함께 커져야 한다.
2026년 K-건강은 K-뷰티의 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의료관광, 디지털헬스, 바이오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지역사회 건강 모델까지 확장되는 단계에 있다. 숫자는 성장세를 말하지만, 지속 가능성은 신뢰에서 갈린다. 세계 시장에서 오래 버티는 K-건강은 더 많이 파는 산업이 아니라, 안전성과 근거, 사후관리, 개인정보 보호, 현지 제도 적응력을 함께 갖춘 건강 인프라가 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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