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우경기자] 우리는 섬유를 ‘옷’의 일부로 생각해왔다. 패션의 종속적 물질이자,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지금, 섬유는 조형적 언어의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메리노 울이라는 섬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조형 구조, 하나의 감각 철학, 하나의 정치적 사유체로 작동한다. 2025년 국제 울마크상은 이 전환의 흐름을 섬세하고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무대 위에서 울은 단지 친환경 섬유나 전통의 잔재로 기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질이 어떻게 개념이 되는가, 또는 어떻게 신체와 공간, 정치와 기술을 매개하는가를 묻는 질문의 핵심 매개로 재배치되었다.

물성(materiality)은 언어다

창작의 시작점은 개념이 아니라 물질이다. 그리고 물질은 그 자체의 논리, 저항감, 질량, 시간성을 통해 개념을 구성해낸다. 이 점에서 메리노 울은 탁월한 철학적 물질이다. 울은 직조 이전에 존재하는 감각적 시간이다. 그것은 짜여지기 전부터 움직이고, 공간을 기억하며, 냄새와 온도, 압력을 기록하는 내재적 기록자다. 듀란 란팅크의 외골격 드레스는 바로 이 물질의 감각 구조를 조형 언어로 번역한 작업이었다. 그것은 ‘무엇을 표현했는가’보다 ‘무엇으로 생각했는가’를 보여주는 장치였다. 형태는 그저 결과일 뿐이고, 그 시작은 물질의 내면성과의 접촉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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