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 미술 시장의 새로운 동력 HORSE POWER와 사유의 자산

[KtN 박준식기자]자본의 흐름이 한 시대의 정점을 통과하면 시장은 언제나 본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지난 수년간 한국 미술 시장을 이끌어온 초고가 대형 회화 중심의 과시적 투자 열풍은 이제 분명한 한계에 이르렀다. 오늘의 질문은 더 이상 자산의 절대적인 가격이 아니다. 그 자산이 얼마나 오랜 시간 가치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해석을 견뎌낼 수 있는가가 판단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미술을 대하는 한국 투자자의 인식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전환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개념이 2026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슬로건 HORSE POWER다. HORSE POWER는 효율과 속도를 극대화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만이 지닌 감각과 판단, 그리고 사유의 지속성을 가리킨다. 미술 투자는 이제 단발적인 낙찰의 환희에서 벗어나 자산과 함께 시간을 견디며 서사를 축적하는 장기적 여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복제할 수 없는 진짜와 본질을 향한 근본적 지향, 다시 말해 근본이즘의 회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변화의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역설적으로 80여 년 전 파리에서 출간된 한 권의 판화 시집에서 발견된다. 1948년에 발표된 Vingt poèmes de Góngora는 태생부터 자본 시장의 취향을 겨냥한 작업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사적 비극을 통과한 유럽 사회가 예술을 통해 무엇을 정리하고, 어떤 가치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던 시대적 성찰의 결과였다. 과시적인 거대 서사가 붕괴된 자리에서 예술은 책과 판화라는 보다 내밀하고 응축된 형식으로 침잠했고, 피카소는 이 지점에서 기존의 회화적 성취를 반복하기보다 종이와 판, 문자와 형상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는 다층적 구조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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